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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성교육 어떻게 하 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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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란 작성일08-06-26 00:00 조회4,7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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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심층리포트[2008호] 20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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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은 연 70시간 한국은 고작 3시간
▲ 미국 성정보 및 교육협의회(SIECUS)가 운영하는 성교육 도서관(SexEd Library) 홈페이지 초기 화면. 성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인터넷상에서 검색할 수 있다. photo SIECUS 경기 부천 소재 A중학교는 올해 성교육을 TV강좌로 대체했다. 지난해엔 학년당 9개 반씩 모두 27명의 성교육 강사를 불러 반별 강좌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예산 절감을 위해 1명만 초청한 후 교내 방송을 연결, 전교생이 관람하는 형태로 바꾼 것. 그나마 학교 측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게 아니라 연간 성교육 의무시간(3시간)을 채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 9월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가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초등 5~6년생 8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실에서 체계적으로 성교육 수업을 받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31.6%에 불과했다. “인쇄물로 성교육을 대체한다(17.8%)” “강당에 모여 한꺼번에 성교육 강의를 듣는다(5.0%)” “성교육 수업을 받지 않는다(4.4%)”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선진국 성교육 프로그램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정부 또는 지역 차원에서 학교 수준별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정해 법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연간 3시간 성교육 의무, 연간 10시간 성교육 권장’에 그치고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성교육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성교육 시스템을 정리했다.


미국
90년 전에 매뉴얼 보급… 5세 때부터 단계적 교육

미국에서 학교 차원의 성교육이 논의된 건 1920년 미국공중위생국(Public Health Service)이 고교 성교육 매뉴얼을 간행하면서부터다. 이후 1950년대 들어 미국학교보건협회가 발육발달 및 성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미국의학협회와 국가교육협회가 합동으로 성교육 교과과정을 간행했다. 1980년대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에이즈(AIDS)가 본격 출현하며 학교 성교육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별 교육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의 특성상 성교육 역시 각 주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1997년 12월 19개 주가 학교 성교육을 법제화했고 34개 주가 에이즈를 비롯한 성병 교육을 의무화했다. 현재 43개 주에서 보건 교과를 통해 학교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성교 억제 등 금욕적 내용만으로 10대의 성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따라 청소년 임신프로그램 담당국(Office of Adolescent Pregnancy Programs)을 중심으로 안전한 성생활과 피임, 임신과 출산 등 보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보강됐다.

2004년엔 미국의학협회와 학교연합회, 성교육 교사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T)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성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이 만들어졌다. 미국 학제상 초등학교 저학년(5~8세)부터 고교생까지 나뉘어 성교육 내용 지침이 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9세 때 ‘여성은 질 삽입이 일어날 때마다 임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중학교 1학년 때 ‘임신 중 성교는 태아 발달에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각각 배운다. 미국성정보및교육협의회(Sexuality Information and Education Council·SIECUS)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이원화해 전체 청소년을 위한 1차 예방 프로그램과 10대 모자(母子)를 위한 2차 예방 프로그램으로 구분, 적용하고 있다.


독일
性윤리보다 과학지식 초점… 교사 지망생은 의무교육

1968년 각 주의 교육책임자회의에서 학교 성교육에 관한 권고가 채택됐고 1969년부터는 공립학교 차원의 성교육이 본격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은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성교육이 이뤄진다. 철저하게 생물학적·의학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목표를 두며 성행동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성에 대한 기본지식을 철저히 가르치는 게 성행위 교육보다 우선’이라는 독일식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에서 성교육의 주도권은 연방정부가 갖지만 성교육 프로그램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헌법재판소다. 사실상 성교육 관련 권한이 이원화돼 있는 셈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교사 지망생이 대학 재학 때 성교육에 관한 훈련을 반드시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부모들도 성교육에 관한 각 주의 규정을 숙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학교 성교육은 부모의 권리와 종교 등을 고려해 합법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학교는 개별 성교육 방침을 자율적으로 정하되 그 내용과 방향을 부모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
4~5세부터 신체 공부… 중학교 가면 피임기술 가르쳐

스웨덴은 성문화가 개방적인 서유럽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고 개방적인 성교육이 진행되는 나라다. 1944년부터 공립학교 성교육 프로그램이 가동됐고, 1956년엔 7~15세에 대한 성교육이 의무화되며 왕립교육위원회가 교사용 지도서를 발행했다. 스웨덴의 성교육은 4~5세 어린이들이 탁아소에서 그림책을 통해 남녀의 신체구조 차이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학교 성교육 프로그램은 생물과 체육·보건 교과에 걸쳐 분포해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성 평등에 관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다.

스웨덴에선 학생들이 무료로 배포되는 콘돔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의사 처방 없이 피임약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실제 피임기술을 배운다. 다만 성에 대한 올바른 윤리관 교육도 함께 시켜 도덕적 타락을 막도록 지도한다. 상담실을 설치해 성에 대한 고민을 심리사나 보건교사와 상의하도록 하는 것도 특징. 성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교는 해당 학생을 무조건 처벌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덴마크
연 3~4주 교육… 학생 대상 피임클리닉도 운영

1970년 학교 성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이듬해부터 본격 실시됐다. 본격적인 성교육이 이뤄지는 시기는 초등학교 7~9년(우리로 치면 중학교 1~3년) 사이. 성교육 전담 교사가 있는 게 아니라 담임교사가 자기 학급의 성교육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교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 3시간씩 연간 3~4주에 걸쳐 진행되는 고교 성교육 시간엔 성교에 따르는 책임, 피임법의 종류, 피임기구 사용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다. 학교 의사와 청소년 피임클리닉도 눈에 띄는 제도다. 학교 의사란 의사 1명이 10~20개 학교의 성교육과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것. 덴마크 가족계획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피임클리닉은 초등생 이상을 대상으로 피임법을 상담하고 불임시술도 해준다.


영국
‘性 + 관계’ 교육… 학교·가정·사회 연대 프로그램도

영국의 학교 성교육은 ‘성과 관계 교육(SRE·Sex and Relationship Education)’으로 요약된다. ‘성행위’로 한정되기 쉬운 성교육의 개념을 ‘관계’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교장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 대표 등으로 구성된 학교이사회가 각급 학교의 SRE 방침을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돼 있다. 사춘기나 월경, 피임, 중절, 안전한 성행동과 성감염증 등 실용적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강한 학교 프로그램(Healthy School Programme)’이라는 학교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서로 연대해 학습 환경을 정비하고 지역에 뿌리를 둔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해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독일식 과학 교육… 50년 전부터 초등학생 이상 의무화

1960년대부터 초등학생 이상의 보건 교육에서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서적 측면을 배제하고 성을 철저하게 과학적 관점에서 보려 한 독일식 성교육 모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현재 일본 중·고교가 법으로 규정한 보건 교육 수업은 연간 70시간 이상. 월경과 사정, 신체 발육, 임신과 출산, 에이즈 예방 등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여전히 성교육을 순결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노골적인 성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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