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보도자료

나는 보건교사다-새학기 보건실 풍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충란 작성일17-03-27 09:36 조회2,838회 댓글0건

본문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2/2017032202417.html

까지고, 배탈 나고, 고민 생겨도 방문… 선생님과의 대화가 '최고 처방전'

월요일은 '북새통'
아프지 않아도 찾아와
상담실 역할도 '톡톡'

보건실은 학교 안의 작은 '종합병원'이다. 종이에 손을 베인 학생부터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학생까지 저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새 학기를 맞아 꼬마 손님들로 북적이는 보건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현장] 새 학기 보건실 풍경  ▲ 발목을 다친 학생에게 붕대를 감아주는 김혜순 서울 삼정초 보건교사. / 양수열 기자◇새 학기 맞아 문턱 닳는 보건실… 사연도 가지각색

◇새 학기 맞아 문턱 닳는 보건실… 사연도 가지각색 

[현장] 새 학기 보건실 풍경  ▲ 김혜순 보건교사가 남학생 무릎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다. / 양수열 기자 "선생님, 자꾸만 속이 울렁거려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삼정초등학교. 2교시를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정사랑(4학년) 양이 배를 부여잡고 보건실로 들어왔다. 김혜순(50) 보건교사가 소화제를 먹이고 배에 핫팩을 대줬다.

"선생님! 축구 시합을 하다가 손가락이 까졌어요."

"저는 발목을 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남학생들이 무리 지어 들어왔다. 이날은 보건실에 '손님'이 가장 많은 월요일. 주말에 다친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학생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다. 보건교사는 소파에 줄지어 앉은 학생들을 차례대로 치료해준 뒤에야 한숨을 돌렸다.

김 교사에 따르면, 삼정초 보건실을 찾는 학생 수는 하루 평균 30여 명이다. 전교생 300여 명 중 약 10%에 해당한다. 월요일에는 두 배에 가까운 60여 명이 보건실을 찾는다. 김 교사는 "피부를 종이에 베이거나 긁히는 등 외상이 가장 많고, 이어 염좌(인대가 찢어지거나 늘어나는 경우), 두통, 복통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아픈 곳도 없는데 보건실에 오는 학생도 있다. 보건실 '단골손님'인 주희원(5학년) 양도 그중 하나다.

"선생님! 제 친구한테 엄청 화나는 일이 있었어요. 며칠 전부터 누가 자꾸 자기를 괴롭힌다면서…."

희원이는 이날도 보건실을 찾아와 보건교사와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교실로 돌아갔다. 김 교사는 "과거에는 몸이 아픈 학생들만 보건실에 왔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 누구나 쉽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상처받은 마음까지 보듬어 주는 곳 

[현장] 새 학기 보건실 풍경  ▲ 김예지 경인교대부설초 보건교사가 6학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경인교대부설초 제공 아직은 엄마 품이 그리운 신입생들에게 보건실은 따뜻한 안식처가 돼 준다. 임수미(49) 서울 중마초 보건교사는 "1학년 중에는 학기 초에 긴장해서 바지에 실수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면서 "담임 선생님이 뒤처리를 도와주지만, 아무래도 조용히 처리해야 하다 보니 보건실로 데려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임 교사는 "놀란 아이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안아주면서 안심시킨다"며 "'만약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해줬을까' 생각하면서 돌보다 보니 학생들도 보건교사를 엄마처럼 대한다"고 말했다.

고학년의 경우 친구 관계, 성적에 대한 걱정 등을 보건교사에게 털어놓는다. 부모님에게도 차마 얘기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들려주는 학생도 있다. 보건실이 '상담실'로 변신하는 셈이다.

김예지(37) 경인교대부설초 보건교사는 "특히 이성 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여학생들을 많이 만난다"면서 "그럴 때는 '이 세상에 남자는 많다. 더 좋은 친구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며 웃었다. 그는 "아픈 몸을 치료하는 것만큼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도 보건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