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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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출신의 자원봉사활동 “죽음 고비 너머엔 죽음이 아니라 새 삶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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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1-01 00:00 조회3,5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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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암 수술한 김종현씨
“유방암 환자들과 치료 경험을 나누면서, 운동도 하고, 봉사 활동을 하다 보면 걱정 대신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답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벌써 5년이 지난 김종현(64·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씨는 요즘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하느라 바쁘게 산다. 그는 자신이 수술을 받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만난다. 암이라는 말에 죽을 걱정부터 하는 많은 환자들을 격려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암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에 자세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본인은 물론 온 식구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었다는 환자도 만나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간호학을 공부하고 30년 넘게 보건교사로 지낸 저도 유방암 진단을 받으니까 바로 환자가 되더라고요. 교과서에서 환자들은 맨 처음 진단 자체를 부정한다고 쓰여있었는데, 제가 바로 그랬죠.”

김씨는 부모를 비롯해 친척 가운데 암이 없고, 그가 살아온 생활 양식이 암을 일으킬 것은 아니라면서 주치의에게 따졌다. 반복된 주치의의 설명에 겨우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자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축 늘어진 채로 외래에 앉아 있을 때, 그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바로 다른 유방암 환자였다. 그는 수술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건강해 보였다. 더구나 3년이 지났는데도 멀쩡히 살아 있었다.

“아무런 설명이 필요 없었어요. 그냥 옆에서 수술 뒤에도 잘 살고 있다는 말에 마음이 안정이 되더라고요.”

그 뒤 수술을 받았고, 유방암 재발 방지를 위해 약도 먹었다. 재발의 조기 발견을 위한 방사선 촬영, 초음파 검사 등도 빼먹지 않았다.

5년 전 믿기지 않는 암 진단… 수술 뒤 노숙자·노인 돌보는
봉사하는 삶에 눈떠… 주변 돌아보는 지금이 더 행복

유방암 치료를 받으며 김씨의 인생은 전과 많이 달라졌다. 수술 전 건강을 주면 봉사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나름의 기도를 실천하는 데 나섰다. 간호사 자격이 있어, 일주일에 하루는 시간을 내어 노숙자 등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서울 길음동의 한 복지병원에서 진료를 도왔다. 김씨는 “박봉임에도 냄새나고 남루한 환자들을 예수를 모시듯 진료하는 그 곳 의사들에게 겸손함 등 삶의 의미를 배웠다”고 말했다. 집 주변 복지관과 성당에서 홀로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에도 힘을 보탠다. 식사도 못하던 노인이 이제는 지팡이라도 짚고 외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 됐다.

유방암 재발 예방을 위해서 운동과 몸무게 조절이 필수다. 김씨는 수술 뒤 6달 가량 요가를 배웠다. 지금은 집 주변 초등학교에서 노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십여 명 정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요가 뒤에는 같이 운동장 주변을 걷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회식도 하고 건강 상담도 한다. “솔직히 추운 날에는 나가기 싫죠. 하지만 같이 하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운동장으로 달려간답니다.”

물론 고혈압 등이 있으면 겨울날 새벽 운동은 말리고 있다.

김씨는 아산병원 유방암 환자들 모임도 꾸준히 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 삼아 서울 주변 산에 등산을 간다. 꼭 정상을 오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갔다가 돌아온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유방암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환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찜질방 같은 대중목욕탕에도 간다.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주치의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목욕탕에서 가슴 한 쪽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의아하게 여기면, 유방암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 준다. 특히 자가 촉진법 등으로 미리 발견할 것과 유방암 예방을 위한 음식 조절이나 운동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김씨는 기름기가 많거나 튀긴 음식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잘 먹는다. 먹고 싶은 것이 생기는 것은 몸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특별히 챙기는 음식이 있다면, 콩이나 견과류다. 콩이 여성 호르몬 구실을 해 갱년기 증상을 줄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국장, 콩비지 등과 은행, 호도, 잣 등이 그가 즐기는 음식이다.

음식은 가리지 않지만 몸무게 조절에는 관심이 많다. 지방에서 여성호르몬이 나와 유방암 재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란다. 아들 내외 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가 피우는 재롱에 김씨의 웃음은 또 만들어진다.

“죽음까지 염려했던 암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하는 삶을 배운 지금이 더 행복한 삶 아닐까요?”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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