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아픈 학생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돼”
괴산 보건교사 배치율 32%…중학교는 12.5%

(동양일보 하은숙 기자) 괴산지역 한 여중에서 아픈 학생이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된 것으로 전해져 학교의 허술한 보건관리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학부모 K씨는 지난 21일 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를 찾아갔다가 깜짝 놀랐다. 생리 고통을 호소하며 창백한 안색으로 비틀거리는 딸이 보건교사는 고사하고 담임교사 등도 없이 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H교장은 “응급환자의 경우 인근 병원으로 교사가 동행해 이송하거나 더 위급할 때는 응급조치와 함께 119를 부르지만 이 학생의 경우는 위급상황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씨는 “남학생보다 더 예민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학교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인근 괴산중에도 있는 전문 보건교사 한 명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괴산지역 학교 현장에서 안전과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보건교사 배치율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보건교사의 전국 배치율은 69%였다. 충북의 경우 480개교 중 287개교에만 보건교사가 배치(59.8%)돼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괴산의 경우 초·중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32%에 불과했다. 군내 학교 10곳 중 7곳의 학생들이 보건교사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중학교의 보건교사 배치율이 저조했다. 군내 초등학교는 15곳 중 7곳(46.7%)에 보건교사가 배치됐으나 중학교의 경우 8개교 가운데 오성중 1곳(12.5%)에만 보건교사가 배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보건법에는 모든 학교에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두도록 돼 있다. 다만 일정 규모 이하 학교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

학교 측과 교육당국은 보건교사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괴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보건교사의 필요성은 알고 있으나 ‘교원총량제’에 의해 보건교사 배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간호사 자격을 가진 실무사가 보건담당을 맡아 아픈 학생들을 돌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K씨가 말했던 ‘괴산중의 보건교사’는 간호사 자격을 가진 실무사가 보건담당을 맡고 있는 것으로 엄밀하게는 보건교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A씨는 “최근 경북 경주 지진 등으로 안전관리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보건교사가 없으면 보건·안전 관련 예방조치나 응급상황에서의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원총량제에 얽매이지 않고 보건교사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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