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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대법원 존엄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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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은정 작성일09-06-25 00:00 조회4,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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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대법원 존엄사 판결
연합뉴스 | 입력 2009.06.25 10:53 | 수정 2009.06.25 10:57 |

`단시간 내 사망` 다수의견 오판한 셈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국내 최초로 `존엄사`가 시행된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자발적인 호흡을 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보임에 따라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 과정이 다시 관심을 끈다.

대법원이 지난달 처음으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존엄사` 판결을 하면서 일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한 게 아니냐는 법조계 일각의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당시 ▲의식 회복 가능성이 없을 것 ▲중요 생체기능의 회복 불가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한 경우 등 3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앞의 두 가지 조건을 두고 대체로 공감했으나 김 할머니가 마지막 조건에 해당하는지에는 심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이용훈 대법원장 등 9명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볼 때 뇌사 상태에 가까운 환자가 자발적으로 호흡하지 않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만큼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창수, 안대희 대법관은 "담당 의사가 의식회복 가능성이 5% 미만이라도 남아 있고 기대 여명이 4개월 이상이라고 판단한 점에 비춰 짧은 시간에 환자가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홍훈, 김능환 대법관도 "원고가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사망 과정에 진입했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정신과 뇌의 기능은 오묘해 의학적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곧 사망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던 환자가 수년간 더 산 예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다수의견을 반박했던 것.

이런 의견은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에 그쳤지만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서는 옳았던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23일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김 할머니는 1분에 8~12회의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자발 호흡을 하고 있으며 의료진은 2주나 한 달이 고비로 이를 넘기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며 장기간 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1976년 혼수상태에 빠진 여성 환자 카렌이 재판을 통해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으나 10년이 넘은 1986년에야 숨진 사례가 있다.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에도 김 할머니의 생명이 상당 기간 연장될 조짐을 보이자 존엄사를 시행한 병원측은 대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세브란스병원은 24일 "우리는 김 할머니에 대해 항상 `사망 임박단계`가 아닌 안정화 될 수 있는 단계로 진단했다. 법원은 사망 임박 단계라고 판단했는데 앞으로는 무엇보다 주치의 의견이 중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할머니의 상태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함께 의학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판결한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견해가 맞선 것.

한 변호사는 25일 "법관들이 의사들의 의견을 구해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오차가 발생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원고인 세브란스병원과 감정 의료기관이 모두 자발 호흡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요건을 충족했으니 허용해줬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비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오석준 공보관은 "대법원은 의학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환자가 원치 않는 치료를 배제해야 한다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 판결을 내렸다"며 "의학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틀렸다면 현대 의학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setuz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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