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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사고 ‘쉬쉬’…보상신청 꺼리는 교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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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장 작성일09-08-10 00:00 조회4,5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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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사고 ‘쉬쉬’…보상신청 꺼리는 교장들
한겨레 | 입력 2009.08.10 20:00





[한겨레] 관리책임 등 우려…공제회에 안알리고 합의 종용

"기금 수백억 쌓여있는데"…피해 학부모들 분통

자녀가 경북 지역의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정아무개씨는 지난 6월 아이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치료비가 수백만원에 이르자 정씨는 학교 쪽에 요청해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을 신청하려 했다. 그러나 교장은 "가해 학생 쪽과 합의를 봐서 해결하라"며 신청을 거부했다. 정씨는 "안전공제회 쪽에 직접 연락을 했지만 `학교를 통해서 신청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장난을 치다 발생한 사고라서 가해자가 분명치 않은데 누구랑 합의를 보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 학부모 박아무개씨 역시 사고가 난 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안전공제회의 보상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박씨의 아들 김아무개군은 지난 6월 같은 학교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입술이 찢어지고 턱이 탈골되는 등 심한 상처를 입었다. 박씨는 학교에 안전공제회 보상 신청을 요구했으나 학교 쪽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합의를 보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서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합의를 볼 때까지 발생하는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년 이상 지났지만, 학교에서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있다. 2007년 9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모든 학교가 각 시·도의 학교안전공제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학교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쪽이 안전공제회 보상 신청을 꺼리는 이유는 교장들의 인식 부족 탓이 크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 안전공제회에 신청만 하면 대부분 보상을 받을 수 있음에도, 학교 이미지가 나빠지거나 관리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해 공제회를 거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쪽에서는 사고가 나면 아무래도 당사자들끼리 원만히 해결하길 바라지 외부로까지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법률을 보면, 가해자가 분명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도 안전공제회가 먼저 치료비를 지급하고 나중에 가해자에게 구상권(갚아 준 돈의 반환을 청구하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안전공제회 관계자는 "입원·치료비뿐 아니라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보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며 "보상 신청을 많이 한다고 해서 특정 학교나 가입자인 교장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부희 상담실장은 "시·도별로 안전공제회 기금이 수백억원씩 쌓여 있는데,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학부모 처지에서는 학교 쪽과 마찰을 빚기 싫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학교와 학교장이 나서 적극적으로 공제회 보상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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