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국민을 긴장케한 '인플루엔자A형'(H1N1) 대유행 위기대응에 대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학지식향상위원회(위원장 김형규·이하 지향위)는 24일 프레스센터에서 '2009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한 보건의료계 대응 재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보건당국·의료계·언론 등의 위기대응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종합평가했다. 문제점에 대한 바람직한 개선방안과 정책제안도 제시했다.


신종플루 발생 초기 대유행을 경고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던 김우주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보건의료계와 보건당국의 협력으로 대유행으로 인한 큰 피해와 보건의료체계의 붕괴와 같은 사고없이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과학적 근거에 따른 정확한 이해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을 해야 함에도 유행초기에 감기보다 못한 것으로 안이하게 인식되면서 적절한 대응과 준비를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며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홍보하고, 예방수칙 교육·항바이러스제 배포·거점병원 준비 등을 일찍했더라면 사회적 혼란이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중고 학생 대상 백신접종이 신종플루 유행을 감소하는데 기여했다"고 진단한 뒤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며 유비무환을 강조했다.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 과정에서 실무를 뒷받침한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작년 신종플루 사태로 어려웠을 때 의협을 중심으로 전문가단체가 환자 진료는 물론 손씻기 운동·학교단체접종 등에 헌신적으로 노력한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신종플루 대응과정에서 범정부와 민관 협조체계를 마련하고, 감염병 관리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정확한 정보전달과 민간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비롯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정립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신종플루를 비롯한 새로운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거점의료기관체계 구축(격리외래 2010년 100개·격리중환자실 2010년 30개·병원기반 전염병 감시체계 운영 등 전염병진료시설 지원 185억원)

▲격리시설 확충(국가격리병상 광주 울산 경기북부 충남 경북 5개 추가지정 60억원·인천공항검역소 및 부산검역소 격리시설 건립 20억원) 

▲진단검사능력 강화(여수검역소 지역거점 검역센터 구축 2억원·시도보건환경연구원 진단검사능력 확충-12개 시도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 확충 63억원·고위험병원체 관리 특수복합시설 건립-생물안전 4등급실험실 건립 39억원)

▲조기경보망 구축(입국자·의심환자 자동추적관리 및 안내시스템, 화상회의시스템, 자원관리시스템 등 15억원)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거점병원에서 하루 800여명씩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진료하며 일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김백남 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 감염내과)는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올해 들어 가장 널리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신종플루 확진을 위한 RT-PCR검사가 3월 15일부터 비급여가 된 상황"이라며 "인플루엔자 진단과 치료는 어디까지 적정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가 정확하게 진단되지 않는한 항생제가 필요한지,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지, 대증요법을 해야 하는지 구분을 할 수 없다"면서 "이런 환자가 많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항생제 사용률이 높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개원가를 대표해 참석한 양수연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의무이사(서울 중랑구·양수연소아청소년과의원)도 "초기에 지침이 수시로 바뀌면서 일선 의원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겪어야 했고, 환자 치료에도 혼란을 빚었다"면서 "타미플루에 내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에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할 환자가 '내성 때문에 먹지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백신 이상반응이 아님에도 백신 이상반응인양 보도해 백신접종률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언론보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병규 한양대 교수등의 언론 보도에 대한 분석을 인용, "한국언론은 주로 정부에서 제공한 정보를 다룬 반면에 미국언론은 교수와 전문가 집단이 주로 정보를 제공했다"
며 "한국은 사건 그대로를 보도하는 경향이 높았지만 미국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경향이 높았다"고 밝혔다. 김 전문기자는 "건강관련 위기상황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사회공익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려면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미국과학협회가 세부전문가들의 연락처가 적힌 목록을 언론사에 배포해 언제든 언론의 취재요청에 응대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듯이 의학분야에도 이를 반영해 상호보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합토론에서 문정림 의협 의무이사는 "의협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단체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신종플루 초기단계부터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감염 차단을 위한 진료와 예방에서부터 무료예방접종·학교지원 활동·대국민 홍보 등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해 왔다"고 평가했다. 문 의무이사는 "앞으로 효율적인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종 감염병이 의료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자원의 효율적인 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환자관리·감염관리·사망처리 지침을 정비하고,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위생과 홍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란 보건교사회장은 "657만 명 학생단체접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의료인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감염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학교에서의 보건교육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의협 신종플루비상대책본부장을 맡아 신종플루 차단의 사령탑을 맡았던 신원형 상근부회장은 종합평가를 통해 "의료계·정부·국민이 단합해 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의협의 방침과 협조사항을 묵묵히 따라준 10만 의사 회원들이 신종플루 선방의 일등공신"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