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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자녀들의 ‘슬픈 수학여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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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장 작성일06-03-22 00:00 조회3,3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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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자녀들의 ‘슬픈 수학여행’
입력: 2006년 03월 21일 22:07:40 : 16 : 3

중·고등학교의 해외 수학여행이 늘면서 가정형편 때문에 여행에 동참하지 못하는 일부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의 가슴에 못이 박히고 있다. ‘국내 사적지’를 탐방하며 조상의 얼과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새기는 수학여행은 학생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 그러나 비용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이 ‘평생 되새기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고 있는 것이다.

◇멍드는 어린 가슴=서울 ㄱ여고 2학년 김모양(17)은 수학여행 때문에 남모를 고민에 빠져 있다. 김양의 학교는 수학여행지로 일본이나 중국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김양은 2주전 아버지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부양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간다. 수학여행 예상 비용은 최소 30만원. 월 평균 60만원을 버는 어머니의 사정을 감안해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김양은 “너무 피곤해 보이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수학여행 얘기는 입을 떼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부산 ㄷ고 이모양(17)의 어머니도 학교가 추진중인 중국행 수학여행이 못마땅하다. 어머니 오모씨(42)는 집안이 넉넉한 형편이지만 굳이 해외로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금액은 30만원선으로 다른 해외여행보다는 싼 편. 그러나 오씨는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 줄 수는 있겠지만 학생 전원을 ‘소떼 몰듯’ 해외로 데리고 나가는 일은 낭비”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 토론방에선 ‘해외수학여행’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학생이라는 네티즌은 “가정형편상 학비지원을 신청했는데, 5월 중국 수학여행을 위해 34만원을 내야 한다”며 “담임선생님은 ‘할부가 되니 꼭 가라’ 하지만 할부는 돈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친구들이 다수결로 중국으로 결정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34만원은 우리집에서 정말 큰 돈”이라면서 “수학여행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 학생의 글에 공감하는 댓글은 7만건이 넘어섰다.

◇보완 방안 필요=지난해 해외 수학여행을 다녀온 서울시내 고교는 15곳. 서울시내 전체 308개교의 5%에 불과하나 해외 수학여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수학여행협회 정소운 사무국장은 “많은 여행사들이 이를 반영해 해외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문화체험의 의미에서 해외 수학여행의 필요성을 나름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임병구 대변인은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공공적 지원이 없으면 교육 체험에서도 격차가 생길 것”이라면서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내 대체프로그램 운영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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