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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강검진하다 ‘병 나겠네’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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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장 작성일06-06-13 00:00 조회3,6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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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회면)
학교 건강검진하다 ‘병 나겠네’

학생 건강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올해 도입된 학교건강검사제도가 학생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 제도는 그동안 학교에서 실시된 신체검사를 전문의료기관(국민보험관리공단지정)가 맡도록 해 보다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병원들은 ‘돈벌이가 안 된다’며 검사를 기피하거나 무성의한 진료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특히 농·어촌지역에선 학생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먼거리를 가야 하는데다, 부실한 검진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관내 50개 초중고교가 있는 충남 보령시의 전문의료기관은 10곳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이 가운데 3곳은 시설미비와 인력부족을 이유로 학생건강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령시 낙동초등학교는 보령시가 아닌 인근 홍성군 홍성의료원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보령시교육청 관계자는 “위에서는 학교당 최소 병원 2곳을 지정해 건강검사를 실시하라고 하지만 병원이 없는 읍·면도 있어 실효성이 없다”며 “어린 아이들이 차로 40~50분 걸리는 읍내까지 나가 검진을 받는 실정이어서 안전위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학생 7,000여명이 건강검사를 받는 논산시의 종합병원은 단 1곳 뿐이다. 국민보험관리공단이 지정한 전문의료기관은 이곳 말고도 의원급이 몇개 더 있지만 대부분 법개정 내용을 모르고 있거나 시설요건을 갖추지 않아 논산시 전체 학생의 70~80% 가량이 종합병원으로만 몰려 혼잡을 빚었다.

대도시 학생들도 부실한 검진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학부모 ㅇ씨(43·여·대구 수성구)는 “소아과에서는 3시간 기다렸더니 청진기를 가슴에 한 번 대고는 검사를 끝냈다”며 “이런 형식적 검사를 받으려고 시간·비용을 낭비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서울 하계동 ㅅ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박모양(초등 6학년)은 “문진표에 배가 아프다고 썼는데, 의사선생님은 문진표를 보지도 않았고요, 치과병원에서는 입을 한 번 벌려보라고 하고는 검사가 끝났어요”라고 전했다.

전남 해남군 ㅎ초등학교의 보건담당 교사는 “일반 치과의원에서 충치가 5개나 발견된 아이가 건강검진 치과병원에서는 ‘이상없음’ 소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병원들이 학생 검진을 기피하는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 때문이다. 일반인의 경우 2만원이지만 학생은 1만~1만5천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또한 학생 검진을 위해서는 혈액분석기 등 장비구입과 학생대기실 마련 등 돈을 투입해야 하는 것도 기피 사유다.

경북 영양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ㄱ씨는 “정부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검진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학생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혁수 기자·전국종합 overa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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