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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 `나, 미국갈래`...그들이 떠나려는 이유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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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장 작성일06-07-07 00:00 조회3,8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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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사회면)
간호사들 `나, 미국갈래`...그들이 떠나려는 이유

`신(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국 간호사들의 `미국행`이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향후 5년간 국내 간호사 1만명을 뉴욕 지역에 취업시킬 계획이라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성황리에 채용 설명회도 가졌다.

한국인 간호사들의 미국 진출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현지 병원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공식적으로 320여명에 불과하다.

영어 실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최근 들어 이 문제도 차츰 해결되고 있다.

미국간호사자격시험(NCLEX-RN)에 합격한 국내 간호사만 6000명(추산)에 이른다.
국내의 열악한 교육 환경과 보수 격차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앞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도대체 그들은 왜 미국으로 가는 것일까.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간호사 두 명을 만났다.

오는 9월 출국을 앞둔 간호사 정영희씨가 자녀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간호사들이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다 박봉이라면 누가 이 땅에 남아서 일할지 걱정스럽습니다."
2남1녀의 자녀를 둔 정영희씨(39)는 9월 가을 학기에 맞춰 늦어도 오는 8월에는 미국행 비행기를 탈 계획이다.
정씨는 간호사관학교 출신으로 분당 국군수도통합병원과 강원도의 군 야전병원 등을 옮겨 다니며 10년간 간호 장교로 일했다.
자신의 일에 사명감과 보람이 컸지만 2년마다 근무 지역을 옮겨 다니기가 힘들었다.
결국 2000년 셋째 아이를 낳으면서 전역하고 말았다.
정씨는 큰딸(초등학교 5학년)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게 되면서 취업 이민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영어 교육을 비롯해 사교육 부담이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했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주고 싶어 미국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1999년 일찌감치 미국간호사자격시험에 합격했던 정씨는 지난 1년간 무려 네 차례나 영어 시험을 치르면서 만족할 만한 영어 성적을 얻었다.

미국에서 경험을 쌓은 뒤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강정숙씨./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지난달 말에는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사설 재단 바이브라헬스케어 병원 관계자와 인터뷰를 갖고 취직이 거의 확정된 상태다.
정씨는 "마흔을 바라보니 국내에서는 받아 주는 병원이 없더라"며 "저임금을 줘도 일할 젊은 간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다 조무사들도 많은데 누가 아줌마 간호사를 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간호사들의 평균 연령이 40대"라며 "국내에선 대학병원 수간호사를 빼면 풍부한 경험을 지닌 40대는 찾아 보기도 힘들다"고 한탄했다.
결혼 3년차로 아직 자녀가 없는 강정숙씨(36)는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 한국을 떠난다.
이미 뉴욕시의 세인트루스벨트 병원과 계약된 상태로 강씨와 남편의 영주권 발급 절차가 마무리 단계다.
봉급은 10년차 경력의 또래 국내 간호사들(약 4000만원 선)보다 많은 연봉 6만2000달러(약 5900만원) 선.각종 수당까지 합치면 7만달러(약 6600만원)에 이른다.
근무 조건도 1일 2교대(12시간) 체제로 1주일에 36시간(3일)만 일하면 된다.
강씨는 현재 서울 시내 A종합병원에서 계약직 연구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삼성제일병원과 서울 성동구 보건소에서 총 6년 일했고 2000~2003년에는 네팔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외 근무까지 했는 데도 국내에선 이런 경력을 별로 평가해 주지 않았다"며 "좋은 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데다 안정적이지도 않아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특히 한국에서는 간호사가 의사들의 지시를 받고 수행하는 사람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며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의사와 보다 수평적인 `업무적 동반자`이고 스케줄 조정 등도 간호사 개인의 사정과 특성에 맞춰 주는 등 근무 여건이 한결 좋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병원측이 학비를 상당 부분 지원해 줘 전문의와 비슷한 개념의 전문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씨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그는 "공중 보건학에 관심이 많은데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경험을 더 쌓으면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 기구에서도 일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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